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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부 · 크립토가 도착했을 때

6. 사기 카탈로그 II

6장8 분 분량
더 촘촘하게 정렬된 점들의 격자. 몇 개의 점이 강조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카탈로그는 계속된다.

어떤 사기는 인내심이 있다.

앞 장의 스캠은 거래형이었다. 가짜 고객지원 봇, 독이 든 에어드랍 링크, 토큰 수령으로 위장한 드레이너(drainer) 서명. 전부 치고 빠지는(smash-and-grab) 수법이다. 이들은 앞으로 90초 안에 시드 문구(seed phrase)를 손에 넣기를 원하고, 피해자와 다시 대화할 일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는다. 공격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클릭 수로 측정된다. 전략은 물량이다. 100만 명에게 뿌리고, 1퍼센트에도 한참 못 미치는 비율만 낚은 뒤,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 장은 카탈로그의 나머지 절반, 계산이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세계를 다룬다. 여기서 공격자는 몇 주를 기꺼이 쓴다. 때로는 몇 달을 쓴다. 전환 목표는 100만 명 중 극소수가 아니라, 공들여 고른 수십 명의 표적 가운데 높은 한 자릿수 퍼센트다. 그리고 표적 한 명 한 명이 수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것이 장기 육성형 사기(long-cultivation fraud)다. 이들은 링크 하나로 하루를 방해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하루에 한자리를 얻어낸 다음, 모든 것을 가져간다.

이 수법이 가장 완전하게 펼쳐지는 무대는 크립토 네이티브 커뮤니티다. 텔레그램 트레이딩 그룹, '알파' 채널, 프로젝트 공식 채팅방, VC의 딜플로우(deal flow) 인맥 같은 곳들이다. 텔레그램이 유독 범죄적이어서가 아니다. 이런 방들이 세 가지를 한곳에 모아 놓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진짜 크립토. '올바른 방에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성을 추정받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누구든 누구나 될 수 있을 만큼 얇은 신원 계층. 같은 역학은 디스코드 투자 서버에서도, 왓츠앱 '투자 클럽' 그룹에서도, 그리고 이런 시나리오의 절반을 여는 링크드인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 경로에서도 나타난다. 텔레그램에서 가장 빨리, 가장 심하게 악화된 것은 크립토와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 접근, 취약한 신원, 방 안의 가치라는 이 패턴은 보편적이며, 한번 눈에 들어오면 어디서나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부터 살펴볼 것은 장기 육성형 사기의 네 가족이다. 첫째, 세상이 이제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 돼지도살 사기)이라 부르는, 로맨스와 투자를 결합한 인내심의 하이브리드. 둘째, 커뮤니티 자신의 열광을 실탄으로 바꾸는 조직적 펌프 앤 덤프(pump-and-dump) 조직. 셋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사람들을 노리는 가짜 VC·OTC 접촉. 넷째, 숙련된 트레이더들이 신뢰하는 바로 그 도구를 무기로 바꾸는 트레이딩 봇 탈취. 표면도 다르고 표적도 다르지만, 하나의 통찰을 공유한다. 인내심을 발휘할 의지가 있고, 신원이 충분히 값싸서 필요한 만큼 오래 누구로든 행세할 수 있다면, 수익은 어마어마하다.

롱 콘, 산업이 되다

이 용어는 일부러 흉하게 지어졌다. '피그 부처링'은 중국어 '샤주판(殺豬盤)', 곧 '돼지 잡는 판'을 옮긴 말인데, 수법을 역겨울 만큼 정확하게 묘사한다. 돼지를 첫날에 잡지 않는다. 살을 찌운다. 신뢰와 관심과 애정과 초반의 작은 성공을 먹이로 주고, 돼지가 편안해지고 자신감이 붙도록 놓아두었다가, 완전히 살이 오른 뒤에야 단 한 번의 동작으로 도살한다.

인내심 있는 사기는 도살 전까지 몇 주에 걸쳐 신뢰를 겹겹이 쌓는다. 그리고 한 해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숫자는 더 이상 변두리 수준이 아니다. 2025년 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는 이 스캠이 지배하는 범주인 암호화폐 투자 사기 피해액을 약 72억 달러로 집계했다. 전체 투자 사기 피해액 86억 달러의 일부다. 이 수치는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것을 왜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나가며 터는 드레이너, 악성코드 스팸의 파도, 에어드랍 피싱, 이 모든 것을 전부 합쳐도 이 하나의 인내심 있는 스캠보다 작은 항목이다. 70억 달러가 암호를 깨거나 거래소를 해킹해서가 아니라, 사람과 대화해서 뽑혀 나갔다. 익스플로잇은 인간관계이고, 그 관계가 상품의 전부다.

시나리오는 놀라울 만큼 일관적인데, 이는 즉흥이 아니라 산업화되었다는 뜻이다. 시작은 잘못 온 메시지다. 텔레그램으로, 왓츠앱으로, 요즘은 데이팅 앱의 "매칭됐어요" 알림이 개인 채널로 옮겨 가는 형태로,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데이비드, 목요일 점심 약속 그대로죠?" 당신은 착한 사람이니까, 번호가 잘못됐다고 답장해 준다. 스캐머는 사과하고, 대화는 어쩐지 이어지고, 우정이 시작된다. 영업은 없다. 그것이 기술이다. 며칠, 몇 주 동안 돈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대개 성공했고, 매력적이고, 조금 외롭고, 내 삶과 비슷하지만 더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이 그저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초기 단계의 공범은 외로움이고, 공격자는 외로움을 찾아내는 데 아주 능하다.

슈레야 다타(Shreya Datta)의 경우는 힌지(Hinge)에서 시작됐다. 서른일곱 살, 필라델피아 교외에 사는 다국적 테크 기업의 디렉터, 최근에 이혼한 다타는 '안셀 말리(Ancel Mali)'와 매칭됐다. 프랑스인 와인 무역상이라는 그는 매력적이고 다부지고 다정했으며, 며칠 만에 대화를 왓츠앱으로 옮기고 데이팅 프로필을 삭제했다. 그녀에게 집중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영상통화는 두 번, 짧게 했고, 수줍음이 많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진은 독일의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에게서 훔친 것이었고 짧은 통화는 조작된 것이었음을, 가족들은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 그 순간에는 어느 것도 확인할 길이 없었고, 그 순간은 즐거웠다. 영업은 없었다. 몇 주 동안 그저 한 사람이, 성공했고 조금 외롭고 그녀와 비슷하지만 더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다타의 사례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The Philadelphia Inquirer)와 AFP가 상세히 기록했다. 사기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일, 곧 모든 것을 실명으로 증언하는 일을 다타가 해냈기 때문이다.

돈은 옆문으로 들어온다. 새 친구는 거의 지나가는 말처럼, 삼촌이나 멘토에게 배운 트레이딩 전략이 있다고 언급한다. 팔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잘되고 있고, 만족스러울 뿐이다. 그러다 결국, 이쪽에서 물어봤기 때문에, 플랫폼을 보여준다. 안셀이 다타에게 보여준 것은 소파이(SoFi) 트레이딩 앱의 위조품이었다. 세련된 대시보드와 2단계 인증, 그리고 즉각 응답하고 몇 달 동안 계속 응답해 준 고객센터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작게 시작했다. 1,000달러. 대시보드는 몇 분 만에 그 돈을 1,250달러로 불렸다. 그리고 이 사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온다. 그녀는 그 돈을, 전액, 자기 계좌로 성공적으로 인출했다. 돼지가 먹이 맛을 본 것이다. 소액 인출은 의심을 믿음으로 바꾼다. 플랫폼이 돈을 지급한다고 믿을 필요가 없다. 지급하는 것을 내 돈으로, 내 지갑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공격자 입장에서 이 초기 지급은 평생 쓰는 돈 가운데 가장 수익성 높은 몇백 달러다. 다섯 자리, 여섯 자리 액수의 믿음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1월 말이 되자 다타는 화면상으로 6,000달러를 9,000달러로 불려 놓은 상태였다. 거기서부터 입금은 늘어나고, 대시보드 잔액은 그보다 빨리 불어나고, 인출은 조용히 막히기 시작한다. '세금'을 내야 한다, '인증 수수료'가 있다, 규제 당국의 보류가 걸렸다. 그러다 어느 날 채널은 침묵하고, 앱에는 영원히 만질 수 없는 잔액만 남는다. 그것은 처음부터 서버가 그려서 보내 준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각 단계가 왜 통하는지 정확히 짚어 볼 가치가 있다. 그 정밀함이야말로 밑에 깔린 공학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잘못 걸린 번호와 잘못 배달된 매칭이라는 오프닝이 통하는 것은 의심의 부담을 뒤집기 때문이다. 차가운 영업 메시지는 경계심을 세우지만, 우연한 만남은 '내'가 작은 친절을 베푸는 쪽이 되게 만들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방어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돈 이야기가 나오기 전 몇 주의 우정이 통하는 것은 관계 자체에 매몰 비용을 쌓기 때문이다. 트레이딩 플랫폼이 등장할 즈음이면 낯선 사람의 투자 조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조언을 듣는 것이 된다. 친구를 의심하는 사회적 비용은 충분히 커서, 대부분은 무례한 질문을 던지느니 그 비용을 치른다. 그 비용이 다타에게서 직접 뽑혀 나가는 장면을 보라. 그녀가 401(k) 퇴직연금 해지를 망설이자 안셀은 쏘아붙였다. "자기 돈도 마음대로 못 해?" 그러고는 밸런타인데이에 꽃을 보냈다. 다타는 다음 날 연금 계좌를 해지했다. 3월 말까지 그녀는 저축과 개인 대출과 은퇴 자금을 합쳐 45만 달러를 위조 앱으로 옮겼다. 결말은 정확히 각본대로 흘러갔다. 마침내 인출을 시도하자 앱은 잔액을 풀어 주기 전에 10퍼센트의 '개인 소득세'를 요구했다. 이 세금 수법이 통하는 것은, 거의 다 잃은 상황에서 나오는 가장 인간적인 반응, 곧 본전 생각에 돈을 더 붓는 심리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4만 5,000달러 수수료가 아까워 45만 달러를 포기한다면 바보일 것이다. 다만 그 45만 달러는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고, 세금이야말로 그 계정에 등장한 유일한 진짜 숫자다. 다타가 자신이 어떤 것의 안에 들어와 있었는지 알게 된 것은 변호사인 오빠와 그가 고용한 사설탐정 덕분이었다. 수치심 역시 설계의 일부다. 수치심이 대부분의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들고, 그래서 자기 이름을 걸고 증언하는 피해자는 이름을 불러 줄 가치가 있을 만큼 드물다.

마지막 세부 사항 하나에 깃발을 꽂아 두고 싶다. 이 부류의 사기 전체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거래소가 아니다. 조작된 백엔드에 씌운 프런트엔드다. 이런 앱을 해부한 연구자들이 발견하는 것은, 세련된 브랜딩 안쪽에서 운영자가 정한 잔액을 무엇이든 그려서 내보내는 원격 서버다. 때로는 정식 앱스토어에 진짜 등록 페이지와 진짜 리뷰를 달고 유통되기도 한다. 피해자가 지켜본 수익은 데이터베이스 속 숫자였고, 그 숫자를 정한 것은 피해자를 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거래는 없었다. 거래는 처음부터 없었다. 이 기법의 논리적 종착점이 합성 커뮤니티(synthetic community) 작전이다. 체크포인트(Check Point)가 OPCOPRO라고 명명한 '트루먼 쇼' 사기로, 내 수익에 환호해 주는 동료 투자자들까지 전부 공격자인 세계다. 11장에서 해부한다. 지금은 구조적 사실만 붙들어 두자. 화면은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가 가진 증거는 화면뿐이다.

이제 대화의 반대편 끝을 보자. 그곳의 잔인함은 기술과 아무 상관 없는 잔인함 위에 겹쳐져 있다. 초기 피그 부처링 조직은 인간 '키보더(keyboarder)'로 굴러갔는데, 그 키보더들이, 그것도 어마어마한 숫자로, 그들 역시 피해자다. UN 인권사무소는 2023년, 미얀마의 스캠 단지(scam compound)에 최소 12만 명, 캄보디아에 대략 10만 명이 더 억류되어 있다고 추산했다. 대부분은 고객 서비스, 번역, 크립토 트레이딩 같은 가짜 구인 공고에 속아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태국 국경의 미야와디, 캄보디아 해안의 시아누크빌 같은 곳의 담장 두른 시설에 갇혔고, 도착 즉시 여권과 전화기를 빼앗겼다. UN과 BBC, 그리고 가장 악명 높은 단지인 미얀마 KK파크(KK Park)를 파헤친 도이체벨레(DW)의 취재가 수집한 생존자 증언은 같은 기계를 안쪽에서 묘사한다. 하루 17시간의 키보드 교대 근무, 뽑아내야 할 돈의 일일 할당량, 그리고 할당량을 못 채웠을 때의 처벌 목록. 벌금, 구타, 전기 충격, 조건이 더 가혹한 다른 단지로 '팔려 가기'. 한 태국인 생존자는 UN 조사관들에게 자신의 할당량이 하루 약 9,500달러였다고 증언했다. 필라델피아의 외로운 이혼 여성에게 달콤한 말을 타이핑하는 사람은, 끔찍하게 높은 비율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타이핑하는 인신매매 피해자이며, 감시 아래서 열두 개의 대본을 동시에 굴리고 있다. 이 사기는 회선의 양쪽 끝에 모두 피해자를 두고, 그로부터 이익을 챙기는 자들은 어느 쪽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

이 인간 노동력은 또한 오랫동안 이 사기의 자연스러운 천장이었고, 거기서 생기는 균열은 방어자들이 가진 최고의 탐지 신호였다. 키보더 한 명이 한 번에 살찌울 수 있는 돼지는 한정되어 있고, 키보더 자신의 인간다움이 새어 나왔다. 피해자 여덟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노동자는 이름을 헷갈리고, 엉뚱한 사진을 보내고, 산다고 주장하는 시간대와 맞지 않는 시각에 답장하고, 원어민이라면 알아챌 티가 나는 제2언어로 글을 쓴다. 이 사기는 노동 덕분이 아니라 노동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있었다.

AI 변곡점을 다루는 장들에서 보겠지만, 그 한계는 사라졌고 균열도 함께 사라졌다. 언어 모델은 지치지 않고, 배역에서 이탈하지 않고, 데이비드와 대니얼을 헷갈리지 않는다. 수천 명의 표적과 동시에 따뜻하고 세심하고 개별화된 관계를, 각각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영어나 중국어나 독일어로, 각각 일관된 배경 서사와 함께 유지할 수 있다. 모델은 그 서사를 절대 잊지 않는다. 컨텍스트 윈도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한때 외국에서 운영되는 스캠 단지임을 드러내던 문법의 티는 사라졌다. 시간대 실수도 사라졌다. 오케스트레이션 소프트웨어가 현지 시각에 맞춰 발송하기 때문이다. 인내심 있는 사기는 이미 카탈로그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스캠이었다. 노동의 천장을, 그리고 게임의 정체를 드러내 주던 모든 인간적 불완전함을 제거한 것이 이것을 70억 달러 산업으로 바꿔 놓았다. 3부에서 정확히 이 일을 해낸 조직, 탈옥된 상용 AI로 가짜 참전용사 커뮤니티를 운영한 작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 사기의 규모를 제한하던 노동 문제가 공격자들 손에서 이미 해결되었다는 것만 알아 두면 된다.

단지들은 마침내 2025년 말에 피를 볼 수준의 단속을 불러왔고, 그 궤적은 결말 때문에 기록해 둘 가치가 있다. 10월 14일 미국 법무부는 강제 노동 피그 부처링 단지 네트워크와 관련해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Prince Group) 회장 천즈(Chen Zhi)를 기소하고, 비트코인 127,271개, 약 150억 달러의 몰수를 청구했다. 법무부 역사상 최대의 몰수 조치였다. 같은 시기 미국과 영국은 관련 인물과 법인 146곳을 제재했다. 엿새 뒤 미얀마군은 KK파크를 직접 급습해 2,000명이 넘는 노동자를 풀어 주었다. 12월까지 KK파크의 건물 413동이 철거되었고, 스페이스X는 단지들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스타링크 단말기 2,500대 이상을 차단했다. 이야기를 여기서 멈추면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풀려난 노동자들을 추적한 AP와 PBS의 후속 보도는, 많은 이들이 그저 다른 단지로 흩어졌고 조직은 그들을 중심으로 다시 결성되었음을 확인했다. 알고 보면 단지는 이 산업이 쓰는 하나의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를 철거하면 조직은 다른 얼굴을 쓴다. 이쯤이면 익숙하게 느껴져야 할 패턴이고, 이 책의 나머지가 모든 규모에서 계속 마주치게 될 패턴이다.

이 사기가 책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놓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뒤에서 살펴볼 모든 방어, 곧 키워드 필터, 행동 휴리스틱, 공유 차단 목록, AI 모더레이터는 전부 '나쁜 메시지'를 탐지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피그 부처링은 나쁜 메시지를 만들지 않는다. 대화는 다정하다. 문법은 완벽하다. 링크는, 마침내 등장할 때조차, 진짜 앱스토어 등록 페이지와 유효한 TLS 인증서를 가진 앱으로 연결된다. 콘텐츠에는 걸러 낼 것이 없다. 콘텐츠가 곧 관계이고, 관계는 스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격자에게서 유일하게 잘못된 것은 그가 실제로 누구인가 하는 점뿐이다. 조작된 얼굴을 쓴 낯선 사람, 확인해 볼 평판조차 없는 존재. 애초에 대조해 볼 평판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책 전체의 밑을 흐르는 실이다.

방 자체가 무기일 때

피그 부처링은 개인을 노린다. 다음 가족은 군중을 노리는데, 군중 자신의 협응을 공격 수단으로 바꿔서 그렇게 한다. 조직적 펌프 앤 덤프다. 크립토 시대가 이것을 발명했다기보다는, 그동안 그 속도를 늦춰 온 모든 제동 장치를 제거했다고 해야 옳다.

원리는 오래됐다. 거래가 뜸한 자산을 조용히 사 모으고, 가격을 밀어 올리는 매수의 물결을 일으키고, 자신이 만들어 낸 광풍에 물량을 떠넘긴 뒤, 뒤늦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무너져 내리는 폭탄을 안긴다. 증권 규제 당국은 이 수법을 동전주 시장에서 100년째 쫓고 있다. 달라진 것은 크립토 시장이다. 상장 요건도 서킷브레이커도 없이 24시간 돌아가고, 유동성 낮은 토큰의 긴 꼬리가 존재해서, 몇십만 달러의 조직적 매수만으로 몇 분 만에 가격을 수백 퍼센트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협응 계층, 곧 역사적으로 보일러룸(boiler room)과 콜드콜 조직이 필요했던 부분은 이제 텔레그램 채널 하나면 된다. 롱 콘들 옆에 이것이 놓인 것이 이상해 보인다면, 운영자들이 인내심을 어디에 쓰는지 보라. 특정한 표적 한 명이 아니다. 채널의 조작된 실적이다. 적중하는 콜을 하나씩 쌓아 살을 찌우고, 도살해도 될 만큼 신뢰가 오를 때까지 기른다.

솔리더스 랩스(Solidus Labs)는 코인데스크(CoinDesk)와 함께 2025년 10월, 펌프셀(PumpCell)이라는 이름으로 추적한 조직 하나를 기록했다. 이 조직은 조직적 펌프 앤 덤프로 한 달 만에 약 8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펌프셀이 교훈적인 것은 규모 때문이 아니라(이 장의 범주들 중에서는 작은 편이다) 구조 때문이다. 그 구조가 하나의 가내수공업 전체의 템플릿이기 때문이다. 회원 등급이 있다. 소수의 이너서클은 표적 토큰과 타이밍을 미리 알고 먼저 사 모은다. 더 큰 유료 회원층은 '시그널', 곧 토큰과 진입가와 매수 지시를 몇 초에서 몇 분 늦게 받는다. 그리고 가장 넓은 층, 가격이 치솟는 것을 보고 몰려드는 영문 모르는 대중은 회원조차 아니다. 그들은 출구 유동성(exit liquidity)이다. 시그널이 대중에게 닿을 즈음이면 내부자들은 이미 그들에게 팔아넘기고 있다. (옮긴이 주: 유료 등급을 나눠 종목과 타이밍을 '시그널'로 찍어 주는 이 구조는 한국 독자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리딩방 사기와 정확히 같은 뼈대다.)

이것은 전적으로 타이밍과 신뢰로 지어진 사기이고, 둘 다 제조된다. 신뢰는 채널의 평판에서 나온다. 연속으로 적중한 콜(펌프를 직접 통제하면 만들어 내기는 식은 죽 먹기다)에다, 진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수익 스크린숏, 사람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계정들이 올리는 인증 글. 이 평판이 얼마나 싸게 조작되는지 생각해 보라. 자기 펌프를 자기가 통제하는 채널은 흠잡을 데 없는 실적표를 내걸 수 있다. 자기 숙제를 자기가 채점하기 때문이다. 곧 펌프할 토큰을 콜하고, 채널이 직접 펌프를 일으키니 펌프는 일어나고, "20분 만에 10배" 스크린숏은 가격이 실제로 움직였다는 좁은 의미에서는 진짜다. 다만 그 가격을 움직인 것이 스크린숏을 올린 바로 그 사람들이다. 채널 히스토리를 스크롤하는 예비 구독자에게 이것은 진짜 실력과 구별되지 않는다. 모멘텀을 잘 찾아내는 트레이더와, 자기가 '찾아낼' 모멘텀을 직접 제조하는 운영자를 가려낼 방법은 없다. 그 평판은 진짜처럼 보이지만 속은 텅 비었고, 구독료는 다른 누군가의 출구가 되기 위한 입장권이다.

타이밍은 크립토 시대가 누구에게나 열어 준 실행 도구에서 나온다. 이런 조직의 펌프는 손으로 실행되지 않는다. 스나이퍼 봇(sniper bot)을 통해 돌아간다. 이 바닥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이름은 마에스트로(Maestro)와 바나나 건(Banana Gun)이다. 이 봇들은 토큰이 출시되거나 시그널이 떨어지는 바로 그 블록 안에서,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매수를 넣는다. 어떤 인간보다 빠르고, 명목상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유료 회원들보다도 빠르다. 내부자의 봇은 자기 구독자를 프런트러닝(front-running)하고, 구독자의 봇은 대중을 프런트러닝한다. 이 사기는 재귀적이다. 모든 층은 바로 위 층의 출구 유동성이고, 확실하게 돈을 버는 유일한 사람들은 시그널과 가장 빠른 실행을 모두 쥔 운영자뿐이다. 가장 잔인한 대목은 이 구조가 스스로를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구독자가 형편없는 체결을 받아도, 꼭대기에서 사서 폭락에 팔아도, 채널은 해명할 필요가 없다. 속도가 전부인 시장에서 "당신이 느렸던 것"은 완벽하게 그럴듯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이 사기는 능력주의로 위장한다. 당신은 스캠당한 것이 아니다. 그저 더 빠른 등급으로, 시그널에 더 가까운 등급으로, 더 비싼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그래서 사기당한 피해자의 반응은 사기꾼에게 돈을 더 내는 것이 되곤 한다.

내가 도구를 콕 집어 말하는 것은, 이 책이 거듭 돌아올 주제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인프라가 공격도 효율적으로 만든다. 여기에는 악성코드도, 익스플로잇도, 도난당한 키도 없다. 텔레그램 채널 하나, 등급제 구독, 트레이딩 봇 몇 개, 유동성 낮은 토큰 하나가 전부다. 이 장치 전체는 대놓고 광고해도 될 만큼 합법의 언저리에 있고, 피해자들은 폭탄을 떠안는 특권에 돈을 낸다.

그리고 방어자가 무엇과 마주하고 있는지 보라. 걸러 낼 스팸이 없다. 채널은 광고한 그대로를 하고 있다. 탐지할 사칭이 없다. 운영자들은 자기 핸들을 쓴다. 사기는 어느 한 메시지 안에 있지 않다. 실제로 줄을 당기는 소수의 인간과 플랫폼이 결코 연결 지을 수 없는, 계정 집단의 조직적 행동 속에 있다.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방어자에게는 잘못된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신원'을 볼 수 있는 방어자라면, 열광하는 커뮤니티 전체의 의상을 입은 운영자 한 명을 보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지만, 간극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사람들을 노리다

사기 피해자에 대해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위안 섞인 이야기가 있다. 피해자가 순진했다는 이야기다. 다음 두 가족은 그 이야기를 허물기 위해 존재한다. 이들은 노련한 사람들, 곧 창업자와 펀드 매니저와 경험 많은 트레이더를 노리고, 그들을 상대로 성공한다. 노련함은 시빌 저항성(Sybil-resistance)이 아니고, 움직이는 돈이 클수록 더 매력적인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가짜 VC·장외거래(OTC) 접촉 스캠부터 보자. 여기서 표적은 크립토 창업자나 프로젝트의 토큰 트레저리(treasury)이고, 미끼는 모든 창업자가 원하는 것, 곧 자본이다. 접근은 첫 메시지부터 프로페셔널하다. 유명 벤처 펀드나 평판 좋은 OTC 트레이딩 데스크로 보이는 곳의 담당자가, 종종 링크드인이나 X에서 몸을 푼 뒤 텔레그램으로, 투자나 대규모 블록 거래에 관심을 표하며 연락해 온다. 핸들이 맞다. 브랜딩이 맞다. 그들이 언급하는 피치덱은 진짜다. 그 펀드의 실제 웹사이트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창업자의 프로젝트를 세세히 안다. 대화는 진짜 딜플로우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이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진짜 딜플로우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코인피디아(Coinpedia)는 2025년 6월, 아자 벤처스(Aza Ventures)를 자처한 조직이 티어1 VC이자 OTC 거래상대방 행세로 5,000만 달러 이상을 뜯어낸 작전을 보도했다. 5,000만 달러가, 에어드랍 링크를 클릭하는 개미 투자자가 아니라 시장에서 가장 노련하다는 쪽에서, 거래상대방 평가가 직업의 전부인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이 사기가 통한 것은 피해자의 방어를 정확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수상한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않을 창업자도, 자기에게 돈을 주고 싶어 하는 듯한 펀드와의 미팅은 기꺼이 잡는다. 여기서 탐욕은 표적의 결함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탐욕이 표적의 '실사'인 것처럼 동원된다. 거래가 진짜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진짜인지 따지는 일을 허술하게 만든다.

'OTC'라는 틀은 기계적으로 중요하다. 장외거래는 정의상 양자 간의, 거래소 밖 거래다. 그것이 OTC의 존재 이유다. 호가창도 없고, 중앙 거래소도 없고, 직접 마련하지 않은 에스크로도 없다. 그래서 상대방이 정산 방식을 제안할 때, 토큰은 여기로 보내라, 자금은 저기서 풀릴 것이다, 거래를 '개시'하려면 이 승인에 서명하라 할 때, 창업자는 트레저리를 털어 갈 전송이나 토큰 승인을 향해 한 걸음씩 안내받고 있는 것이다. 표적의 노련함이야말로 공격자가 이용하는 지점이다. 노련한 사람은 OTC 정산이 원래 특이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알기에, 특이한 정산 지시가 울렸어야 할 경보를 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는 같은 썩은 토대가 있다. 창업자는 자신이 그 펀드와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텔레그램 핸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아바타가 그 파트너의 프로필 사진이니까. 소개란이 펀드의 도메인으로 링크되어 있으니까. 그중 어느 것도 신원이 아니다. 전부 몇 분이면 위조할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싸게 되는지는 다음 장에서 정확히 보게 된다. 펀드의 진짜 파트너들에게는 어딘가에 검증 가능한 실체가 있다. 트랙 레코드, 평판, 거래상대방이 원칙적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자격. 그러나 텔레그램 핸들에서 그 현실 세계의 평판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없고, 창업자가 요구하고 검증할 수 있는 이동 가능한 증명도 없다. 그래서 5,000만 달러짜리 실사 프로세스가 결국 사용자명과 프로필 사진이 그럴듯해 보이는가로 귀결된다. 그것들은 언제나 그럴듯해 보인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공짜다.

노련한 창업자가 본능적으로 꺼내 드는 방어책은 하나다. '통화를 잡아라.' 스캐머가 핸들은 위조해도, 실시간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위조할 수는 없을 테니까. 몇 년 동안은 그 본능이 유효했다. 이제는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자들은 이 책 전체에서 가장 프로페셔널한 적수다. 연구자들이 블루노로프(BlueNoroff)라는 이름으로 추적하는 북한 클러스터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외화벌이 조직으로 지목하는 기구의 일부인데, 최근의 크립토 절도를 정확히 이 '통화를 잡아라' 반사신경을 무력화하는 데 맞춰 설계했다. 2025년 내내 반복해서 드러난 패턴은 탈취된 진짜 계정에서 시작한다. 프롤로그의 토르(Thor) 절도 사건을 다시 들려주는 대신 여기서 해부할 가치가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 사건의 모든 박자가 검증 의례에 대한 공격이었다. 접근은 친구의 진짜, 그러나 해킹된 계정을 통해 왔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를 무너뜨린 것이다. 라이브 영상으로의 격상은 피해자 자신의 검증 수단이자 신중한 거래상대방이라면 으레 하는 행동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공격자가 준비해 둔 단계였고, 통화 화면 속 얼굴들은 합성이었다. 검증이 곧 덫이었다.

이것은 변두리 기법이 아니다. 2025년 한 해 약 20억 달러를 쓸어 간 북한의 크립토 절도 기구(11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연출된 화상 회의를 생산 라인의 도구로 만들었다. 이것이 가짜 VC 사기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 보라. 창업자가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거래상대방 검증, 곧 아는 사람과의 라이브 영상통화가 사기의 '전달 매체'로 무기화된 것이다. 같은 붕괴가 목소리에도 닥쳤다. 트렌드마이크로(Trend Micro)가 2026년 4월 자사 연구진의 테스트를 근거로 전한 바에 따르면, 상용 음성 합성 도구는 이제 단 3초 분량의 오디오로 그럴듯한 목소리를 복제할 수 있다. 고품질 복제의 기존 기준은 15~30초였다. 팟캐스트 출연 한 번, 콘퍼런스 강연 하나, 음성 메모 하나에서 얼마든지 수확할 수 있는 분량이다. 같은 트렌드마이크로 보도는 FBI의 2025년 인터넷 범죄 통계를 인용해, 목소리 복제를 이용한 위급 상황·승인 사기로 2025년 한 해 500만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것도 훨씬 큰 규모로 굴러가는 사칭 사기 총액 가운데 추적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옮긴이 주: 목소리로 위급 상황을 연출해 돈을 받아 내는 수법 자체는 한국 독자에게 보이스피싱으로 이미 익숙하다. 달라진 것은 이제 그 목소리가 실제 가족과 지인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이것이 고가치 표적을 다루는 장에 놓인 이유는, 고가치 표적일수록 목소리와 얼굴 복제에 '덜'이 아니라 '더'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개된 사람들이다. 팟캐스트 인터뷰를 하고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한 창업자는, 자신이 되는 데 필요한 훈련 데이터 전부를 공격자에게 이미 건네준 셈이다. 평판이어야 할 가시성이 공격 표면이 된다.

그리고 이 어느 것도 근본 문제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라. 오히려 문제를 더 깊게 판다. 딥페이크 통화는 핸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신원을 입증하지 못한다. 더 풍부하고 더 설득력 있는 신원의 '겉모습'을 위조할 뿐이다. 우리는 온라인 신뢰의 역사 전체를 "맞는 사람처럼 보인다"를 "맞는 사람이다"의 대용물로 삼으며 보냈고, 그 대용물은 이제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모든 채널에서, 곧 텍스트와 브랜드와 목소리와 얼굴과 움직임에서 완전하게, 값싸게 위조된다. 믿을 수 있는 지각 신호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토르의 135만 달러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화면 속 얼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었다. '이 계정이, 이 키가, 이 거래상대방이 정말 자신이 주장하는 그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검증 가능한 암호학적 답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스택 전체가 당시에도 내놓지 못했고, 지금도 대체로 내놓지 못한다.

도구를 무기로 바꾸다

이 장의 마지막 가족은 어떤 면에서 가장 어둡다. 가장 노련한 사용자들을, 그들의 신뢰가 최대치에 이르는 단 하나의 지점, 곧 트레이딩에 쓰는 도구에서 공격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크립토 트레이더는 손으로 주문을 넣지 않는다. 텔레그램 트레이딩 봇을 쓴다. 마에스트로, 바나나 건, 그리고 넓은 생태계의 다른 봇들이 지갑에 연결되어 채팅 인터페이스로 매수와 매도를 실행한다. 알파가 공유되는 바로 그 트레이딩 커뮤니티 안에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편리함은 진짜이고 도입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동시에 이것은 밤잠을 설치게 해야 마땅한 보안 모델이다. 봇은 설계상 실제 자금의 키 또는 서명 권한을 쥐고 있는데, 그 봇이 사는 곳은 누구나 누구에게든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어떤 링크든 어떤 채널에든 올라올 수 있는 채팅 앱이기 때문이다.

크립토 타임스(Crypto Times)는 2026년 5월, 'Unihax0r'라는 핸들로 활동하는 트레이더가 이더리움, 베이스(Base), BSC에 걸친 탈취로 20만 달러 이상을 잃은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에서 SIGMA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다뤄진 사건이다. 체인을 넘나드는 확산이 바로 단서다. 이것은 오염된 컨트랙트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트레이더의 접근 권한 자체가 뚫린 것이고, 그래서 트레이더가 자금을 둔 모든 곳으로 번졌다. 그리고 이 부류의 공격에서 침투 경로가 기발한 익스플로잇인 경우는 드물다. 앞 장의 가짜 캡차(CAPTCHA)와 복사해서-실행하라 미끼가, 그런 것에 가장 철저히 길들여진 바로 그 집단을 상대로 배치된 것이다. 트레이딩 채널은 '원래' 봇 프롬프트와 인증 관문과 새 도구 링크로 가득한 곳이다. 은행 앱에서라면 경보처럼 보였을 피싱 프롬프트가 여기서는 완벽하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인증'이 세션 토큰을 수확하는 순간 공격자는 세션을 쥐고, 세션은 봇을 쥐고, 봇은 자금을 쥔다. 이 사기는 이상함이 아니라 평범함 속에 숨는다. 방 안의 다른 모든 것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가족에는 두 번째 침투 경로가 있는데, 다음 장이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므로 한 문장으로 심어만 두겠다. 트레이딩 봇 생태계는 오픈소스 패키지 공급망 위에서 돌아가고, 공격자들은 이 집단이 별 생각 없이 내려받는 라이브러리를 흉내 낸 오염된 짝퉁을 레지스트리에 심어 두었으며, 잘못된 것을 설치한 트레이더는 첫 거래를 넣기도 전에 키를 넘겨준다. 이런 탈취는 고립된 잔재주가 아니다. 공유 인프라 위를 달리고 있고, 누군가 그 인프라에 일부러 독을 풀고 있다.

SIGMA류 탈취에는 이 장 전체를 관통하는 더 깊은 교훈이 있다. 20만 달러를 잃은 트레이더는 순진하지 않았다. 정교한 도구를 다뤘고, 동료들의 커뮤니티 안에 있었고, 자금을 여러 체인에 분산해 둔 것만 봐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무너뜨린 것은 지식의 실패가 아니라 '검증'의 실패였다. 그 순간에 정당한 프롬프트와 악성 프롬프트를, 진짜 동료와 이 방의 옷을 입은 공격자를, 진품 도구와 오염된 복제품을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 이 장의 모든 사기는 그 동일한 실패로 환원된다. "피해자가 멍청했다"가 아니다. 피해자는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검증할 수 없었다. 환경이 아무것도 검증할 길을 주지 않고, 공격자의 기술 전체가 신뢰했을 법한 바로 그것과 똑같이 보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인내심 있는 사기가 어려운 문제인 이유

한 걸음 물러나 네 가족을 함께 보라. 로맨스-투자 사기, 조직적 펌프 조직, 가짜 VC 접촉, 트레이딩 봇 탈취. 서로 다른 사람들을, 서로 다른 표면에서, 서로 다른 대본으로 노리지만, 지문이라 해도 될 만큼 정밀한 구조를 공유한다.

첫째, 이들은 치고 빠지기 사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에서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다. 지나가며 터는 드레이너는 전환율이 미미한 숫자 게임이다. 이들은 다르다. AI의 지치지 않는 관심을 3주 투자해 8만 달러를 뽑아내는 피그 부처링 운영자는, 어떤 합법적 기업이라도 부러워할 마진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비용이 무너지는 순간 인내심의 단위 경제학은 경이로워진다. 3부의 주제인 AI 시대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 범주에 기름을 붓는 이유다. 자동화로 확장이 가장 안 되는 사기는 사멸해 가고 있다. 자동화로 가장 잘 확장되는 사기가 바로 이들이며,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압이다.

둘째, 이들은 콘텐츠 기반 방어에 보이지 않는다. 다정한 대화에는 걸러 낼 키워드가 없고, 멀쩡해 보이는 앱에는 악성 페이로드가 없고, 프로페셔널한 VC 피치에는 스팸 냄새 나는 문구가 없고, 캡차 프롬프트로 가득한 채널에 놓인 캡차 프롬프트에는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다. 잘못된 것은 결코 '메시지 안'에 있지 않다. 우리가 쌓아 온 방어는, 그리고 이 책 후반부에서 살펴볼 방어는, 거의 전부 메시지를 검사한다. 이 사기들은 겉보기에 아무 문제 없는 메시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메시지 검사를 통째로 우회한다.

여기서 앞의 헤드라인 숫자를 다시 곱씹어 볼 만하다. 2025년 크립토 투자 사기 피해액 72억 달러는 그저 큰 것이 아니다. '진단적'이다. 메시지를 읽어서 풀 수 있는 사기 문제라면 그런 수치가 나올 수 없다. 우리는 20년에 걸쳐 메시지 읽기의 달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 광고는 마이크로초 만에 거른다. 피싱 URL은 등록되는 순간 지문을 딴다. 월렛 드레이너(wallet drainer)의 서명은 트랜잭션이 확정되기 전에 잡아낸다. 조잡한 사기가 정체하는 동안 인내심 있는 사기가 계속 성장하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의 방어가 한 번도 세워 본 적 없는 단 하나의 계층, 곧 반대편 끝에 누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그 72억 달러의 1달러 1달러가 전부 콘텐츠 필터를 통과한 돈이다. 콘텐츠에는 잡을 것이 없었으니까. 그 숫자의 크기는 사각지대의 크기를 잰 값이다.

셋째, 그리고 이것이 이 책 전체가 당기고 있는 실인데, 이 사기들 하나하나가 전부 쓸 자격이 없는 얼굴을 쓴 동일한 행위자다. 피그 부처링의 '친구'는 조작된 인물이다. 펌프 조직은 열광하는 군중의 의상을 입은 운영자 한 명이다. 가짜 VC는 진짜 펀드의 브랜드를 걸친 낯선 사람이다. 드레이너는 트레이딩 방의 유니폼을 입은 공격자다. 모든 경우에 공격이 성공하는 것은 피해자가 어떤 신원에게 신뢰를 내어 주기 때문인데, 그 신원은 공짜로 조작되고, 공짜로 증식하며, 어떤 지속적 평판과도 대조해 검증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어느 것도, 위조 트레이딩 앱도, 등급제 펌프 프랜차이즈도, 드레인 키트도, 얼굴을 공급하는 계정 농장도, 피해자 사이를 오가며 임기응변하는 영리한 개인의 작품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상품이다. 판매자가 있고, 가격이 있고, 전용 지원 채널이 있으며, 서로 만난 적 없고 만날 일도 없는 수천 명의 운영자에게 팔린다. 이 책 후반부의 모든 방어가 왜 계속 지는지 이해하려면, 스캐머 개개인을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들을 무장시키는 경제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 경제가 다음 장의 주제이고, 그것은 그것을 막으려는 대부분의 회사보다 더 조직적이다.

이들은 각자 움직이는 사기꾼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산업이 있었다.